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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 패러다임의 새 변화가 학문간 융합에 주는 시사 (pdf, 1 M)

  • 이정모 2010-02-04 17:16:29 조회 5,787 추천 966
*이런 글 만드는라, 인지과학 개론 2010 파일을 아직 못 만들고 있습니다. 이글이 여러분의 지적 갈증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면 며칠 밤잠을 설치며 고생한 보람이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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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지과학 패러다임의 새 변화가 학문간 융합에 주는 시사          
           Implications of the On-going Paradigm Shifts in Cognitive Science
                 for entailing the Convergences of Academic Disciplines

                                        이정모      (jmlee@skku.edu)
                                       Jung-Mo Lee
  
                 Copyrightⓒ2009,Jung-Mo Lee; * 이 파일은 상업용으로 사용할 수 없음.
                                                        파일크기: 40쪽, 175 K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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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1. Introduction
2. Cognitive Science: Its Definition
3. A short History of the Emergence of Cognitive Science
4. Classical Cognitivism: Basic Tenets
5. The 2nd Paradigm (I): Connectionism; and Neuralnetwork Approach
6. Another 2nd Paradigm: Cognitive Neuroscience
7. The Third Paradigm of Cognitive Science: Embodied Cognition(EC) Approach
   7.1. Confluence of Ideas: The Background of Emergence of EC
   7.2. The Basic Tenets of EC
   7.3. Two Types of EC: Radical Embodied Cognitive (REC) Science and EC
   7.4. Implications of REC: Re-conceptualizing the Human-Artifacts-Interaction (HAI)        
        -(I).  HAI1: with Non-agential Artifacts
        -(II). HAI2:  with Agential Artifacts
   7.5. EC approach: integrative and Viable Goals
8. Narrative Approach: The 4th Paradigm of Cognitive Science?
   8.1. Narrative Approach in Philosophy
   8.2. Bridging the Cognitive Science and Literature        
   8.3. Conceptual Blending: A Paradigm for Connecting Literature and Cognitive Science
   8.4. Prospects of Narrative approach in Cognitive Science
9. Explanatory Pluralism and Its increasing Influence in Cognitive Science
10. Implications of Paradigm Shifts in Cognitive Science for Convergences of Disciplines

APPENDIX: The list of links of 'Embodied Cognition' related materials on the web.



[key words]: embodied cognition, cognitive science, scientific paradigm, convergence of disciplines, mind and brain, environment, narrative approach, 체화된 인지, 인지과학, 인지심리학, 과학 패러다임, 내러티브적 접근, 개념적 혼성, 학문간 융합, 융합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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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머리말
2. 인지과학의 정의
3. 인지과학의 형성 역사
4. 고전적 인지주의 패러다임: 기본 가정
5. 인지과학 제2의 패러다임 (I): 신경망적 접근의 연결주의
6. 인지과학 제2의 패러다임 (2): 인지신경과학
7. 인지과학 제3의 패러다임: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7.1. 체화됨 인지 관점의 형성 배경
        7.2. 체화된 인지 접근: 패러다임적 요체
        7.3. 체화된 인지 접근의 두 유형
        7.4. ‘체화된 인지’의 의의: 인공물과 인간의 상호작용 개념의 재구성
        7.4.A. '인간-인공물일반'의 상호작용의 개념화
        7.4.B. 인간과-행위주체자로서의 인공물(A-2)의 상호작용의 개념화
        7.5. 체화된 인지: 종합적 조망
8. ‘내러티브적 인지’ 접근: 인지과학의 제 4의 패러다임?
        8.1. 철학에서의 내러티브적 관점
        8.2. 인지과학과 문학의 연결
        8.3.  개념적 혼성(Conceptual blending):  인지과학과 문학 연결의 한 이론적 틀
        8.4. 내러티브 관련 인지과학 미래 추세 잠정적 종합
9. 다원적 설명(Explanatory Pluralism) 틀에 대한 수용적 관점의 확대
10. 인지과학의 패러다임의 변화의 의의: 종합

부록: ‘체화된 인지’ 관련 웹 자료 링크 목록





1. 머리말

20세기 후반에 과학계에서 이루어진 가장 커다란 사건이 인지혁명(Cognitive Revolution)이라고 Roger Sperry(의학/생리학 분야에서 1981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신경과학자) 교수는 언급한 바 있다. 과학사 및 과학철학계 일반에서도 이러한 인지주의의와 인지과학의 등장이 과거의 과학과 획을 긋는 하나의 중요한 과학적 변혁으로 간주하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20세기 후반 이래 과학철학자들이 과학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전개할 때에 물리학을 논하기보다는 인지과학을 중심으로 논하는 경향이 증가되고 있음이 이러한 변혁의 중요성을 지지하여 준다.
Sperry(1993) 교수가 언급한 바와 같이, 인지주의 과학혁명의 기본적인 의의는 과학에서 인과적 결정론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이라는 데에 있다. 자연 현상의 모든 것이 전적으로 아래에서 위로 결정된다는 전통적 물리학의 미시적 관점 대신에, 역방향적 하향적 결정론을 추가하는 것이다. 전통적 미시적 상향적 입장과 인지주의의 거시적 하향적 입장이 조합된 ‘이중 방향’, ‘이중 결정’ 모형은 과학으로 하여금 자연의 질서 전체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을 20세기 중반에 제시한 것이다. 과학이 상징하던 바, 과학이 지지해오던 바, 과학의 신조와 세계관들이 급진적으로 수정되었고 그러기에 인지주의, 인지과학의 등장이 하나의 과학적 변혁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적 변혁을 구현하고, 인류에게 인간 마음에 대한 물음은 물론 생명, 인공물 등에 대하여 물음의 틀을 본질적으로 재구성하게 하며, 자연과학에 대한 물질중심의 상식적 과학관을 대폭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다학문적 학문이 바로 인지과학(認知科學; Cognitive Science)이다.
인지과학의 등장이 기존의 과학 개념을 대폭 수정하여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임은 최근에 미국 IBM의 알마덴 연구소의 연구자들이 뉴욕과학학술원 모임에서 발표한 글에서 잘 나타난다. 우리가 늘 사용하는 컴퓨터의 마우스를 창안하였던 Engelbart 박사와 세계 최초로 서비스과학이라는 분야를 창안한 Spohrer 박사는 세상의 현상들을 모두 복잡계 현상으로 보고 다음과 두 개의 일차적 체계와 5개의 이차적 체계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다(Spohrer, & Englebart, 2004).

A. 자연계(Natural Systems): 일차적 체계1
        1. 물리계(Physical systems); 물리학, 천체물리학 나노기술 등
        2. 생명계(Living systems)  ; 생물학, 화학, 동물생태학, 발생학 등
        3. 인지계(Cognitive Systems); 인지과학, 심리학, 신경생리학, 아동발달과학 등
B. 인공계(Human-Made systems): 일차적 체계2
        4. 사회계(Social systems0: 사회학, 동물생태학, 언어학, 경제학, 정치학 등
        5. 기술계(Technology systems): 디자인과학, HCI, 인간공학, 바이오닉스 등
인지과학이 3대 자연체계중의 하나로 들어가 있다. 이러한 틀을 보아도, 이제는 전통적으로 내려온 물질 중심의 과학관, 즉 인지과학이 자연과학으로 거론 안 된 틀은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것임을 알 수 있다. 과학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인지과학이 무엇이길래 이러한 과학관의 변혁을 가져왔는가?


2. 인지과학의 정의

인지과학은 본질적으로 ‘마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작동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다학문적 탐구의 학문이다. 여기에서 ‘마음’이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인간 ‘이성’이나 ‘감성’의 어느 하나만도 아니다. 인지과학에서의 ‘마음’ 개념이란 이들을 모두 포괄하며, 인간에게만 있는 마음(‘the mind’라는 단수의 마음)을 넘어서 생명을 지닌 동물의 마음(지적 능력 등), 인공지능 로봇 체계와 같은 인공물에서 구현된 또는 구현될 수 있는 마음, 그리고 사람들 간에(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현실적으로 또는 인터넷과 같은 가상현실의 중개를 통해) 존재하는 마음, 그리고 사람들과 인공지능을 지닌 인공물(예: 로봇) 체계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마음 등(그렇기에 ‘minds'라는 복수를 사용하여 표현함)을 모두 지칭한다.
보다 학술적 정의에 의하면(이정모, 2009ㄱ), 인지과학은 다음과 같이 정의될 수 있다. ‘인지과학’이란 인간의 ① 두뇌와, ② 마음, 그리고 이 둘에 대한 모형이며, 또한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낸 인공물의 정수인 ③ 컴퓨터, 그리고 ④ 기타 환경 속의 인공물(지(知)의 확장의 부분들이요 대상인)들의 넷 사이의 정보적(지식 형성 및 사용적)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그림1 참조).














     [그림 1. 인지과학의 정의: 기본 영역]

따라서 인지과학은 인간 개인, 인간 사회, 동물, 인공물의 신경적, 지적, 신체적, 사회적 현상 모두를 그 탐구의 주제로 삼게  된다. 그러하기에 인지과학은 자연히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을 아우르고 그 연결점에서 자연현상과 인공현상을 탐구하는 다학문적, 학제적 학문이 된다. 한국적 용어로는 가장 ’융합‘적인 학문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반문이 바로 나올 수 있다. [1]. 그런데 마음을 다루는 학문은 본래 심리학이지 않는가? [2]. 마음의 여러 문제들은 철학에서 오랜 역사를 통해 가다듬어 온 것이 아닌가, 마음을 논의하면서 철학은 인지과학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  [3]. 마음의 여러 가지 신비는 궁극적으로는 뇌를 탐구하는 신경과학에 의하여 밝혀질 것이 아닌가? 그래서 구태여 인지과학이라는 학문이 별도로 새로 필요한가?” 하는 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반문은 인지과학의 본질의 핵심을 찌르는 반문이다. 바로 그러한 반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데에서 인지과학의 특성, 필요성, 시사와 가능성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 글은 이러한 세 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서 인지과학이 어떻게 출발, 발전해 왔고, 21세기 현 시점에서 왜 인지과학이 기존의 보는 틀을 대폭 수정하여 또 다른 보는 틀의 변혁의 창출을 시도하여야 하는가, 그 틀의 특성은 무엇이며, 주변학문과 인류에게 어떠한 시사를 지니는가에 대하여 논하겠다. 특히 [3]의 반문이 지니는 의의를 중심으로 하여 ‘뇌를 넘어서’ 심적 현상을 설명하려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의 관점이 무엇인가, 그러한 관점은 어떠한 의의를 지니는가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한다.


3. 인지과학의 형성 역사,

‘마음’의 본질, 그 작동 특성에 관한 물음은 역사적으로 인류가 아주 오래 동안 던져온 물음이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희랍의 철학자들이 던져온 물음이며, 중세의 아퀴나스, 17세기의 데카르트와 그 이후의 B. Spinoza, N. Malebranche, J. La Mettrie 등의 철학자들이 물음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철학적 물음은, 과거의 철학 전통에서 다루어져 오던 마음에 대한 탐구가 심리학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경험과학 학문으로 출발하기 이전에는 다분히 직관적, 논리적 개념 분석의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마음에 대한 경험 과학적 탐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19세기 말에 독일에서 빌헬름 분트가 실험생리학과 실험물리학의 방법론에 기초하여 심리학 실험실을 라이프치히대학 철학과 내에 개설함으로써 비로소 마음에 대한 경험과학적 탐구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심리학이 출발함으로 인하여 마음에 대한 탐구가 과학적 탐구의 영역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빌헬름 분트는 경험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을 출발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심적 경험이 지니는 ‘의미 내용’의 문제와 관련하여 마음의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측면을 심리학적 탐구에서 고려하여야 함을 인식하여 오늘 날의 ‘사회문화심리학’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Voelker Psychologie'의 중요성을 주장하였다. 그는 아마도 오늘날의 ’학문간 수렴, 융합‘의 필요성을 일찍이 인식한 철학적 심리학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에 대한 탐구 활동의 중심이 독일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이러한 틀이 크게 변하였다. 1910년대 이후에 미국의 심리학의 중심적 사조는 ‘행동주의심리학’이었고, 이 행동주의적 접근 틀에서는 객관적으로 관찰 불가능한 마음 구조를 가정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마음’의 개념은 행동주의심리학에서는 배척되었다. 그들에 의하면, ‘마음’이 아니라 하나의 ‘행동’이 어떤 환경 자극 상태 하에서 산출되었는가, 그리고 그것이 환경 요인에 의해 어떻게 강화되었는가 하는 [자극-반응-강화] 학습의 연쇄를 분석하는 것이 심리학의 기본 탐구 주제였다. 마음 구조나 인지적 과정이 개입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유럽의 실증주의 철학의 관점을 이어받은 이러한 행동주의 틀은 엄밀한 경험과학적 틀을 추구하며 제시되었지만 이러한 이론들이 실제로 설명하고자 하는 현상과의 거리가 너무나 떨어져 있음이 점차 드러났게 되었다. 1950년대에 이르러 이러한 자각이 점차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으며, 그러한 반행동주의적 입장은 심리학 자체보다도 인접학문에서 더 컸다. 이러한 배경에서 행동주의의 부적절성에 대한 대안적 관점으로 1950년대 말에 미국 동부의 대학들을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인지주의이다.
‘고전적 인지주의(Classical Cognitivism)’라고 불리는 이 인지주의의 기본 입장은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자연화하여(naturalized)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자극-반응’ 연결이 아니라, ‘정보’와 ‘앎’의 개념을 사용하여 접근하려 한 것이다. 인지주의는 인간의 마음의 작용 현상들을 앎의 내용과 과정, 곧 정보와 정보처리의 개념으로 바꾸어 생각하여 표현하며 설명하려 한 것이다. 인지주의는 이러한 정보와 정보처리과정을 (논리학이나 컴퓨터과학에서 사용하는 술어논리나 프로그래밍 언어라든가 정보 흐름도나 자료구조도와 같은) 형식화된 개념적 도구를 사용하여 분석, 기술하려 한다.
또한 인지주의는 이렇게 분석된 정보처리의 구조와 과정에 상응되는 마음의 내용이나 과정을 실험실 실험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경험적으로 관찰하거나, 논리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객관성과 경험적 증거라는 과학적 방법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바탕에는 마음과 컴퓨터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추상적 원리를 구현하는 정보처리적 계산체계들이라는 관점이 놓여있다.
컴퓨터가 보편화된 디지털 사회의 지금의 시점에서 생각하면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생각, 평범한 생각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지만, 마음과 컴퓨터를 정보처리시스템이라는 개념틀로 연결하여 유추하는 바로 이러한 생각이 오늘날의 컴퓨터와 디지털 사회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러한 인지주의적 생각 틀은 단숨에 형성된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을 통해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주고받은 생각들이 1950년대 후반에 수렴되어 구체적 틀이 갖추어졌고 그것이 인지적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정보처리적 시스템으로, 컴퓨터에 유추하여 생각할 수 있다는 인지주의 틀은 당시에는 하나의 ‘혁명적’인 생각이었다. 철학, 심리학, 커뮤니케이션학, 싸이버네틱스, 언어학, 컴퓨터과학 등의 여러 학문에서의 여러 사조가 수렴, 융합되어 1950년대에 인지적 패러다임이 하나의 학제적 틀로 형성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인지주의 접근은 그 연원을 따지자면 논리학, 철학, 수학 등의 형식적 접근에 기초하고 있다. 위의 2절에서 반문 [1]의 물음의 요점은, 마음의 과학은 원래 심리학인데, 인지과학이 마음의 과학이라니 기존의 심리학과 무엇이 다른가, 인지과학이 왜 새로 필요한가 하는 물음이다. 이는 인지과학이 형성된 배경 설명을 통하여 다음과 같이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인지과학은 그 출발 역사 상, 20세기 초의 논리실증주의 철학, 기호논리학, 수학 등의 전통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이 전통은 학문에 있어서 형식적접근(formal approach)을 강조하는 전통이다. 논리학에서의 형식논리 전통, 수학에서의 형식언어를 사용한 형식수학, 그리고 컴퓨터 과학에서의 형식언어를 사용한 프로그래밍 분야 등이 모두 형식 전통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 논리학, 수학 등의 형식적 접근 영역들이 수렴되고 그러한 전통 위에서 인간의 마음, 인공지능을 그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이 인지주의, 인지과학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인지과학 등장 이전에도 경험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이 이미 있었다. 그 심리학은 전통적 과학의 실험실 실험 방법을 주 연구 방법으로 사용하되, 마음이라는 것을 관찰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하여 심리학에서 배제하고, 그보다는 행동이라는 객관적 관찰 가능한 현상 중심으로 탐구하며, [자극-반응]의 행동 연쇄가 곧 탐구의 대상이라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이러한 심리학과는 차별화하여, 마음을 과학적 탐구 주제로 되살리며, 마음을 정보처리적 체계로 간주하며, 마음의 영역을 인공지능 영역을 포함한 개념으로 확대하고, 전통적 실험실 실험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심적 현상에 대하여 마음의 구조와 과정을 술어 논리 형태로 기술한 표상(마음의 데이터베이스) 구조나 정보처리 흐름도와 같은 형식적 언어 도구를 도입하여 기술하며, 또한 컴퓨터 모델링과 시뮬레이션과 같은 논리적 분석 방법을 기존 실험실 실험 방법에 추가하여 한 주요 과학적 방법으로 인정하는 그러한 형태의 ‘마음에 대한 과학’으로 인지과학이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출발 배경을 지니고 있기에, 마음을 탐구하는 과학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전통적 행동주의적 심리학과 차별화하며, 심적 현상의 개념화, 기술, 경험적 검증에 형식적 접근을 바탕으로 탐구를 전개한다는 의미에서(그리고 인공지능 연구 등을 포함하여 여러 학문들이 수렴에 의하여 마음을 탐구한다는 의미에서) “인지(Cognitive)” 라고 불리게 되었다. 따라서 초기의 인지과학에서의 ‘인지’란 ‘마음에 대한 형식적 접근’이라는 의미가 강하였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인지과학은 ‘마음의 경험적, 형식적 탐구 과학(empirical and formal science of mind)'라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마음을 컴퓨터 은유에 기반을 둔 정보처리체로서 본다는 점에서 기존의 심리학과는 차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형식적 기술과 탐구를 강조하다 보니 형식화하기 힘든 정서나 동기 측면보다는 비교적 형식화하기가 쉽다고 생각될 수 있는 인지 측면을 고전적 인지주의의 인지과학에서 강조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지과학에서의 ‘인지’란 이성이나 사고라는 좁은 의미의 인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정서, 동기, 인공지능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마음’ 전체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쓰여 온 것이다. 이상이 위의 2절에서의 반문 [1]에 대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인지의 개념을 이런 식으로 형성하여 인지과학을 출발시키게끔 작용한 20세기 전반의 여러 학문들의 주요 사조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조들이 하나의 통일된 과학틀로 통합되지 못한 채, 생각의  소용돌이로 머물던 상태로부터, 1956년 MIT에서의 정보이론 심포지엄 모임을 기회로 하나의 과학적 패러다임으로 형성되었다. 그 모임에 참석하였던 사람들은 모두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의 떠오름에 지적인 흥분을 공감하였다. 그 패러다임의 핵심은 인간의 마음과 컴퓨터는 정보처리 원리가 구현된 체계라는 점에서 동류의 정보처리시스템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과학의 핵심 주제는 더 이상 에너지가 아니라 정보(information)라는 생각이었다.
마음과 컴퓨터를 동류의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본다는 생각은 인류 역사상에서 하나의 큰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로 인하여 인류문화에서 새로운 시대인 디지털 시대, 디지털 문화가 열린 것이다. 마음을 정보처리적 시스템으로 보는 이러한 생각의 전환이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이 인지주의(Cognitivism)이었고, 이러한 생각 하에서 인간, 동물, 컴퓨터에서의 마음과 지능의 작동 특성을 탐구하는 다학문적 과학으로 출발한 것이 바로 ‘인지과학’이었다.
따라서 인지과학의 탄생의 역사는 그저 인류 문화에 새 학문이 새 과학으로 추가된 것을 넘어서, 인간관, 컴퓨터를 비롯한 인공물에 대한 관점, 세계관에 있어서 하나의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는 큰 사건이었던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과학철학자, 과학사학자들은 인지주의의 등장을 하나의 과학적 혁명, 변혁(scientific revolution)이라고 보는 것이다.


4. 고전적 인지주의 패러다임: 기본 가정

이러한 인지주의는 다음과 같은 기본 가정을 하고 있다. 마음에 작용하는 물리적 또는 심리적 조건인 자극 또는 입력을 (I)라 하고, 이 자극 또는 입력을 받아 이에 작용하는 인간의 마음을 (M)이라 하며, 그 경험의 결과로 인간이 어떠한 형태의 반응 또는 출력을 내어놓는 것을 (O)라 한다면, 인지과학의 과제는 M = f(I × O) 이라는 관계를 설정하고, 마음이라는 정보처리체계(IPS')를 여러 개의 처리구조들(structures)과 과정들(processes)의 통합체로서 보는 것이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자면 다음과 같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
                        |                        |                
     I 󰠏󰠏󰠏󰠏󰠏󰠏→           | 인간의 마음(M) =         | 󰠏󰠏󰠏󰠏󰠏󰠏󰠏󰠏→ O
                         |정보처리체(IPS') =         |
                         | Σ[정보처리구조           |
                         | (S') × 정보처리           |
                         | 과정(P')]                 |
                         |_______________________|


           [그림 2. 정보처리적 인지주의의 마음 관점]


정보처리적 패러다임의 인지과학은 마음에 대한 보는틀에 대한 기본 가정을 이와 같이 상정하고, 정보처리체계의 구조를 보다 세분하고 각 구조와 관련된 표상의 특성을 규명하고 이러한 구조와 연관하여 실제로 정보처리를 수행하는 세부과정들을 탐색하며 이들이 어떠한 단계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또 각각 어떠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가를 치밀하게 분석한다.
이러한 정보처리적 패러다임의 인지주의가 지니는 기본 전제를 다시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이 상징(기호) 정보처리체계, 표상, 계산, 중다구현 가능성의 네 개념을 중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인지주의는 인간을 보편 목적적 기계의 한 예로서 목적을 가지고 계획과 심적(인지적) 전략(strategies)에 의하여 상징을 조작하는 상징(기호)조작체로서 간주하고, 인간의 복잡한 심리현상을 상징(기호)처리과정으로 환원시킬 수 있음을 전제한다.
둘째로 상징(기호) 조작의 기능이란 본질적으로 사물(외적 자극 및 내적 상징과 과정들)을 표상하는 것임을 전제한다. 즉, 상징(기호) 조작과정을 통해 내외적 현실이 내적으로 표상(representation)된다는 것이다.
셋째로 계산성의 가정이다. 계산(computation)이란 단순하게 정의한다면 산술적 계산이 아니라 ‘정보의 변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Turing기계’ 개념에 입각하자면 어떠한 과정을 효율적인 절차 또는 함수로 나타낼 수 있으면 그 과정은 계산 가능하다고 본다. 인지주의에서는 심적 사건이란 세상에 대한 어떠한 정보를 담고 있는 자료인 표상에 명백한 처리규칙들을 적용하는 계산과정이라는 것이며 이러한 규칙들은 프로그램 언어나 일상 언어 같이 (인지적) 통사규칙 체계를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넷째로 다중구현가능성 가정이다. 인지주의는 20세기 중반의 기능주의 철학에 기초하여 그 학문적 틀을 형성하였다, 기능주의 철학이 주장하는 주요 개념의 하나가 다중구현가능성 (multiple realizability) 가정이다. 기능주의에 의하면 심적 상태란 물리적 상태만이 아니라 물리적 상태의 기능 또는 조직이다. 어떤 시스템이 유기체적 생물섬유로 되어있건, 인공 실리콘칩으로 되어 있건 간에, 물질적 속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심적 과정이 체계 내에서 하는 기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떠한 물리적 체계에(인간의 생물적 뇌, 아니면 컴퓨터의 칩) 구현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같은 심적 상태가 다양한 다른 물질체계에 의하여 구현될 수 있다는 이러한 관점이 바로 다중실현가능성의 개념이다.
이러한 생각을 연장하면 마음과 컴퓨터는 물리적 측면을 넘어서서 기능이라는 같은 측면에서, 같은 원리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은 초기의 인지과학에서 인간의 마음, 지능에 대한 인지과학뿐만 아니라 기계의 마음인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함께 발전할 수 있게 된 배경 틀이 된다. 그런데 바로 이 다중구현가능성 전제가 ‘마음이 곧 뇌의 신경적 현상이다’라는 입장과는 모순되기에, 고전적 인지주의의 인지과학에서는 뇌의 신경적, 생물적 현상을 연구할 필요성이 적어지게 된다. 고전적 인지과학에서 뇌와 신경과학적 연구가 소홀히 취급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5. 인지과학 제2의 패러다임 (I): 신경망적 접근의 연결주의

하나의 과학적 혁명으로 등장한 정보처리적 고전적 인지주의는 인지과학을 탄생시키고, 인간과 동물의 마음의 정보처리적 특성을 탐구하고 인공지능이라는 분야를 처음으로 열어 과학계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인류의 디지털 시대를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나름대로의 다른 문제점이 있었다. 고전적 인지주의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그 틀이 모델링하고 설명하는 ‘마음’, ‘지능’에 대한 접근 방식이 지나치게 컴퓨터 유추적으로 되어 있어서 마음의 작용 메커니즘이 사전에 내장된 인지적 규칙에 의하여 좌우된다는 식으로 하향식(개념주도적; top-down)으로 접근하려는데 문제점이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고전적 인지주의 접근은 인간의 마음(그리고 인공적 지능)을 탐구함에 있어서 마음과 지능의 작용에서의 맥락적 융통성과 오류 가능성을 충분히 모형화하지 못했다. 그런데 인간은 정확한 논리적 규칙에 따라 프로그램을 실시하듯이 오류를 범하지 않고 정보처리하여 적응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고정된 프로그램에 따라 모든 유사한 상황에 똑같이 반응하며 상황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그러한 존재가 아니다. 각종 상황에서 수많은 오류를 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락에 융통적으로 적절히, 효율적으로 적응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측면을 기존의 고전적 인지주의 접근 식으로, 사전에 내장된 인지적 규칙이나 지식 중심으로 처리하려고 하면 융통성이 없는 그러한 시스템이 된다. 고전적 인지주의의 인지과학은 인간과 인공지능을 모델링함에 있어서 이러한 일상적 오류 특성과, 맥락에 민감히 융통적으로 대응하는 처리과정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였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실제의 인간의 마음이나 다양한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과는 상당히 다른 비현실적인 이론이나 모형이 나오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1980년대에 출현한 새로운 접근틀이 신경망(neural net)적 접근이다. 이 새 접근은 신연결주의(neoconnectionism) 또는 단순화하여 연결주의(connectionism), 또는 병행분산처리(Parallel Distiributed Processing; PDP)적 접근이라고도 불리어졌다. 고전적 인지주의가 인간의 마음을 컴퓨터에 유추하여 인간의 심리적 과정을 모형화한데 반하여, 연결주의는 고전적 인지주의의 다중구현성 가정을 넘어서서 두뇌의 신경세포들의 망의 특성에 유추하여 심리적 과정을 모형화하려 하였다. 비알고리즘적(사전에 내장된 지식이나 규칙에 의한 처리가 아닌), 병행분산적 처리를 통해 고전적 인지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실상, 인지과학이 형성되기 이전인 1940년대에도 신경망적 접근은 있었다. McCulloch와 Pitts(1943)는 신경세포들 사이의 신경 연결을 논리에 의해 모형화 할 수 있으며, 신경을 논리적 진술로, 신경의 흥분 또는 흥분하지 않음(신경흥분의 격발 또는 무반응)을 진위의 명제적 대수의 조작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이상화된 신경망이 단순한 논리적 함수(and, or, not)를 계산해 낼 수 있다고 보았다. 신경세포 하나가 흥분되어 활성화되고 이것이 다른 신경세포를 격발시키는 것을 마치 논리적 명제들의 연쇄에 있어서 논리적 한 요소 또는 명제가 다른 하나를 함축하는 것과 같다고 본 것이다. 그러하다면 인간의 두뇌는 논리적 원리에 의해 작용하는 체계로, 논리적 계산기로 간주될 수 있다. 동시에 모든 엄밀한 명료한 논리적 진술들은 신경계의 신경망 상의 단위와 단위들의 상호작용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McCulloch와 Pitts의 이 이론이 구체적으로 인지과학의 원리로 도입되지는 못하였다. 그 까닭은 이 입장이 두뇌와 논리체계를 일대일로 직접적으로 대응시키려 했고, 체계의 가변성 특히 학습 가능성이 구현되지 못했고, 뇌의 신경망이 본래적으로 여러 층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데 이 특성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여다는 등의 제한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1970년대 말에서부터 1980년대 전반에 이르러 신경망을 모형화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 및 수리적 도구가 발전되었다. 신경망의 비중들을 수정해서 망 활동의 안정성을 구할 수 있으며 그를 통해 정보가 저장될 수 있다는 생각이 발전되었고, 이에 대한 수리적 모델들도 세련화되었다. 단일층 신경망이 아니라 다층망을 훈련시키는 기법이 발전되었고, 비선형적 체계에 대한 수리적 기술 이론이 발전되었다.  이러한 모든 것이 결집되어서, 쉽게 이해되고 쉽게 컴퓨터 모델로 구현화할 수 있는 형태로 체계화됨에 따라(Rumelhart 등, 1986) 연결주의는 인지과학에 하나의 강력한 대안적 모델로 급격히 부상하게 되었다.
전통적 고전적 인지주의 입장에서는 지식이 논리적 연관성에 의하여 위계적으로 구조화되어 낱개 단위로 저장된다고 보는 입장이었는데 반하여, 연결주의는 정보라는 것이 두뇌의 세포들 간의 신경흥분의 확산과 활성화 정도, 즉 낱개 신경망 처리 단위들 간의 흥분성 연결 패턴의 총체적 형태로 저장된다고 보았다. 어떤 자극(패턴)에 대한 지식이, 전통적 정보처리적 입장에서처럼, 기억 내의 어떤 특정한 한 단위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대량의 처리단위들의 연결에 분산되어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보 단위들이 (고전적 인지주의 주장에서처럼) 상징 또는 상징구조로서 기억 표상 저장고 내의 특정 위치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처리단위들 간의 연결성 정도의 값, 달리 말하여 그 연결의 활성화(activation) 수준 값과 각 단위에 대한 비중 값으로 분산 저장된다는 것이다(연결주의 신경망 모형의 예와 그림들은 http://www.aistudy.co.kr/neural/nn_model.htm 의 그림과 자료를 참조).

고전적 인지주의 입장에서는, 표상은 각종 정보처리 조작이 수행되는, 즉 계산이 수행되는 목표, 대상적 실체이었다. 따라서 이에 접근하려면 해당 개별 단위를 마음 또는 인공지능의 데이타 베이스에서 그저 탐색하여 목표자극과 합치(match) 여부를 검증하여, 합치가 되는 것을 인출하기만 하면 된다. 반면 연결주의에서는 표상 그 자체에 계산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활성화 수준에 계산을 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표상이 이것-아니면-저것(all된다. none) 식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활성화의 정도가 있을 뿐이다. 고전적 인지주의가 주장하는 개별 단위별 입력, 재배열, 검색, 인출 등의 정보처리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신경망 단위 활성화 수준의 수리적 계산만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 기술한 특성을 지닌 연결주의적 접근은 종래의 고전적 인지주의에 바탕을 둔 인지과학의 이론적 틀의 접근 방식을 대폭 변화시켰다. 뇌의 작동 메커니즘에 대한 탐구가 도입되고 기존의 표상구조체계가 수정되며, 의식, 무의식, 자아 등의 주요 심성적, 인지적 개념과, 학습과정, 지각과정 등의 과정적 개념들과 이들에 대한 이론적 모델들이 달라지게 하였고, 마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형성되게 하였다.


6. 인지과학 제2의 패러다임 (2): 인지신경과학

고전적 인지주의의 전통적 인지과학의 바탕에 있는 주요 철학적 관점의 하나가 기능주의 철학의 ‘다중구현가능성)’ 개념이었음은 위에서 설명한 바가 있다. 정보처리체계인 마음이나 인공지능에서는 기능적 정보처리 원리가 중요하지 그 하드웨어는 여러 가지 형태를 취할 수 있다는, 따라서 생명체의 뇌가 되었던 인공시스템의 칩이 되었건 간에 하드웨어는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 기능주의 철학에서 인지과학으로 유입되었었다. 뇌에 대한 신경생물적 기초 없이도 순수 인지과정을 이해 가능하다는 관점이었다.
그러하였던 인지주의, 인지과학에 1980년대에 이르러 한 시스템의 하드웨어의 특성이 그 체계의 작동의 본질을 결정한다는 관점이 도입되어, 다중구현가능성 가정을 넘어서서, 뇌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인지과학과 신경과학 사이에 학문적 상호작용이 거의 없던 1970년대까지의 추세는 물러가고, 두 학문 사이에 긴밀한 상호자용의 시대가 열렸다. 인지과학과, 실험심리학, 신경심리학, 신경과학이 이론적, 연구 방법론적으로 연결되어 마음의 뇌 신경과학적 기초를 밝히는 인지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이라는 분야가 인지과학의(자연히 신경과학의) 한 핵심 분야, 촉망받는 분야로 등장하였다.
더 이상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이 연결이 없이 괴리된 채 진행되어서는 안 되게 되었다. 인지과학적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하여는 신경과학적 탐구를 하여야 하며, 인간과 동물의 뇌에 대한 신경과학적 물음을 탐구하기 위하여는 인지과학의 이론적 개념, 연구방법 등을 도입하거나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이 수렴되는 영역에서 개발된 개념, 이론, 및 뇌영상기법과 같은 연구방법들을 적용하여야 하게 되었다. 이제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이 상호 독립된 과학 영역이기를 멈추고 학문간 수렴적, 융합적 접근의 절실성이 부각된 것이다.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였는가?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여 볼 수 있다.
첫째로 이미 위의 5절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인지과학 내에서의 신경망적 접근이라고 부르는 연결주의의 떠오름이 한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심적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기본 단위들이 뇌의 시냅스 같은 연결 및 활성화 특성을 지닌다고 보는 신경망적 접근은 인지체계를 뇌 신경망의 특성에 기초함으로써, 인지과학 초기의 기호체계적 접근이 지녔던 제한점을 극복하려 한 것이었다. 연결주의의 등장은 20세기의 기능주의 철학의 다중구현가능성(뇌와 같은 하드웨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보처리적 원리가 중요하다는) 가정의 타당성을 인지과학에서 자문하게 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둘째로 인지과학 영역 밖에서는 신경과학 자체의 변화가 있었다. 전통적인 분자수준에서의 접근에서 탈피하여 뇌의 시스템 수준 중심으로 시스템신경과학적 접근 시도들이 성공을 보였다. 기억체계와 시각체계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 시도들이 그 예이다.
셋째로 순수 인지과학적 연구와 임상적 연구의 수렴이다. 과거의 임상신경의학은 정상인의 정상적 기능과 뇌 구조 및 과정 사이의 연결에 대해 잘 정리된 세분화된 모델이 없었다. 주로 신경적 장애를 지닌 사람에 대한  연구 중심이었다. 그런데 정보처리적 인지과학의 확산은 인지과학의 이론적 모델들을 정상적 인지기능에 대하여 임상적 모델로 도입하여 검증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을 제공하였다.
넷째로, 이러한 일반적인 영향을 넘어서서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은 뇌영상화 기법 등의 인지신경연구 방법의 발전에 따른 영향이다. 이전에도 뇌파 측정 등의 방법이 있었지만, 1980년대 이후 뇌영상연구기법이 빠른 속도롤 발전하였고,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인지심리학의 방법론과 연결되면서 폭발적 발전을 가져와서, 연구자들이 방대한 양의 자료를 기록, 분석함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획득 불가능했던 유형의 뇌 공간 및 시간적 측면의 자료들을 습득, 처리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기능적 뇌영상법(fMRI 등)의 영향이 컸다. 기능적 뇌영상화 기법 등은 사람이 특정 인지 기능을 수행할 때에 뇌의 여러 기능 영역들이 관여하여 활성화되는 뇌신경활동 수준을 계측할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뇌영상화기법은 뇌손상자뿐만 아니라 정상인이 인지과제 수행 할 때의 뇌의 신경적 활동의 세부를 포착하며, 인지신경 관련 이론의 검증하게 하였다. 인지신경과학은 인지심리학의 행동적 연구 방법과 신경과학의 기능적 방법을 조합하여, 특정 인지기능에 관여하는 뇌영역과 신경적 과정을 확인함으로써, 인지정보처리 체계의 하위 처리구조와 처리과정에 대한 인지신경적 이론 모델을 제시, 검증하는 세련된 작업을 하는 인지과학 핵심 분야로 자리잡았다.


7. 인지과학 제3의 패러다임: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20세기 초의 행동주의심리학이 ‘마음’을 심리학에서 배제하였고, 그 마음 개념을 1950년대 후반 이후의 고전적 인지주의가 등장하여, 당시의 심리학을 넘어서는 인지과학을 탄생시키면서 되찾아주었지만, 기능주의 철학의 다중구현가능성 가설에 입각한 이 고전적 인지주의는 뇌가 마음의 특성 결정에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역할을 무시하였다. 그래서 1980년대 이후의 연결주의와 인지신경과학이 떠오르면서 뇌의 중요성을 되살리고 마음을 다시 뇌 속으로 넣어주었다. 그런데 연결주의는 이론적, 추상적 뇌를 중심으로 마음의 형식모형을 제기하였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실제의 구체적 뇌를 탐구하며 뇌의 여러 부분이 지니는 인지적 기능을 탐색하는 인지신경과학이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연결주의나 주류 인지신경과학도 문제점을 지니고 있음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마음을 인간의 뇌 속의 신경현상으로 ‘제한하여’ 개념화하는 것에 강조를 둔다는 문제점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적 틀로 최근에 출현한 것이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접근이다. 체화적 인지 접근은 이전의 패러다임들이(고전적 인지주의, 연결주의, 과거의 주류 인지신경과학) 몸과 환경의 역할을 무시하고 데카르트식 “마음 = 뇌신경과정 상태”의 환원주의적 일원론의 관점을 강조한 것을 바로 잡고자 하였다. ‘체화된 인지’ 또는 ‘체화된 마음(Embodied Mind; Embedded Mind; Extended Mind)' 이라고 하는 이 접근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개 하였다.
마음은 뇌 속에서 일어나는 신경적 상태나 과정이라고 하기보다는 신경적 기능구조인 뇌와, 뇌 이외의 몸, 그리고 환경의 3자가 괴리되지 않은 총합체(nexus) 상에서 이루어지는 행위 중심으로 재개념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알바 노에, 2009). 몸을 배제한, 체화되지 않은 상호작용의 개념으로는 인간과 인간간의 상호작용을 포함한 인간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없다(Seifert, 2008),
제3의 인지과학 패러다임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이 접근은 인간의 마음, 인지가, 개인 내의 뇌 속에 (고전적 인지주의가 주장하듯이) 언어적 명제 형태로 표상된 내용이라고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몸을 가지고(embodied) 환경에 구현, 내재되어(embedded) 사회환경에 적응하는 유기체(organism)가 환경(environments)과의 순간 순간적 상호작용(interaction) 행위 역동(dynamics) 상에서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마음, 즉 유기체의 몸과, 문화, 역사, 사회의 맥락에 의해 구성되고 결정되는 그러한 역동적 활동으로서의 마음임을 강조하는 접근이다.
이 접근은 아직은 하나의 단일적 틀로 통일되지 못하고 다소 산만하게, 여러 이름들 하에 전개되고 있지만, 고전적 인지주의에서 배제되었던 ‘몸’을 마음의 바탕으로 되찾게 하며(embodied mind), 몸을 통해 구현되는 마음과 분리될 수 없는 환경을 인지과학과 심리학에 되살려 놓게 하며, 공간적 연장(extension)이 없는 ‘정신적(심리적) 실체’라는 마음이 아니라 환경에 연장된,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으로 마음을 재개념화 할 가능성을, 아니 그래야 하는 필연성(Bickhard, 2008; Clark, 2008)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체화된 인지’ 접근은 종래의 일반인들이나 과학자들이 갖고 있던 마음과 몸에 대한 데카르트 식의 2원론적 생각 틀을 벗어나려는 것이다. 즉 데카르트적 심신이원론이나, ‘마음은 곧 뇌의 신경과정이다’ 라는 물리주의적 환원주의 일원론을 벗어나려는 새로운 보는 틀이다. 환경과는 독립적으로 개인 마음(뇌) 내부에서 일어나는 정보의 인지적 표상이나 처리가 아니라, 몸으로 환경 속에 구체화되며, 몸의 활동을 통하여 환경과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행위로서 마음을 설명하고자 하며(Hollnagel, 2007), 그리고 환경 내의 다른 인간의 마음이나 각종 인공물에 분산표상된 마음, 그리고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으로 상황 지워지며 행위로 구성되는 마음으로서 보려는 것이다. 구체적인 몸으로 환경에 체화된다는 것은 인지과학에서 표상, 인지, 마음을 거론함에 있어서 보조적 개념화가 아니라 필수적 개념화이다 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대안적 접근은 앞으로 인지과학적 탐구에, 그리고 자연히 주변 학문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는 시사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7.1. 체화됨 인지 관점의 형성 배경
체화된 관점은 본질적으로 데카르트의 이원론적 존재론과 그에 바탕한 인식론을 벗어나자는 탈 데카르트적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이미 일찍이 17세기의 B. Spinoza에 의하여 이루어졌었다(다마지오, 2007). 몸에 대한 강조는 이후에 유럽의 현상학적 철학자들에 의하여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추상화된 마음의 측면이 강조되는 데카르트의 이원론적 존재론을 넘어서서 몸과 마음을 둘로 나눌 수 없다는 입장을 전개한 프랑스의 메를로퐁티(2002) 등의 관점에서는 인간의 의식적 경험의 뿌리가 몸에 있음과, 몸과 마음과 환경이 하나의 단위를 이루는 입장이 제시된다. 몸이 환경(세상)과 일체가 되어 적응하는 과정에서 몸의 행위 하나하나가 마음을 구성한다고 보는 것이다.
심리학 내에서도 이러한 관점에 상응하는 움직임이 있어왔다. 20세기 중엽부터 감각과 지각의 심리현상을 중심으로 이미 이러한 관점을 설득력있게 전개하여온 J. J. Gibson(1979) 연구진의 생태심리학적 연구가 그 주류를 이루었다. 이외에도 심리학을 넘어서 인지과학 안과 밖에서 여러 사조들의 영향이 수렴되어 “제3의 인지 혁명”이라고도 지칭되는 이러한 ‘체화적 인지’ 접근을 이루어 내었다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의 행동주의심리학이 마음을 심리학에서 배제하였고, 1950년대 이후의 고전적 인지주의가 그 마음을 되찾아주었지만 뇌의 역할을 무시하였고, 1980년대 이후의 인지신경과학이 마음을 다시 뇌 속으로 넣어주었지만 뇌를 제외한 몸과 환경의 역할을 무시하고 “마음 = 뇌신경과정 상태”의 환원주의적 일원론의 관점을 전개하였다면, 이제 21세기에서 제3의 대안적 관점을 통하여 그 뇌를 몸으로, 그리고 다시 그 몸을 환경으로 통합시키는 작업을 하여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마음은 뇌 속에서 일어나는 신경적 상태나 과정이라고 하기보다는 신경적 기능구조인 뇌와, 뇌 이외의 몸, 그리고 환경의 3자가 괴리되지 않은 총합체(nexus) 상에서 이루어지는 행위 중심으로 재개념화되어야 한다. 몸을 배제한, 체화되지 않은 상호작용의 개념으로는 인간과 인간간의 상호작용을 포함한 인간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없다(Seifert, 2008).

7.2. 체화된 인지 접근: 패러다임적 요체
인지과학의 제3의 대안적 패러다임이라는 '체화된 마음' 또는 ‘체화된 인지’ 접근의 핵심적 주장을 어떻게 정리하여 볼 수 있을까? 체화된 인지 접근의 주장의 요체를 다음과 같이 다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체화된 인지의 보는틀은 “미시적, 신경적 또는 생물적 단위 수준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연결주의와 같은 낮은 설명 수준의 접근이 지니는 한계, 그리고 그보다 한 수준 위에서 명제 중심으로 논리적 체계에 의해 설명하려는 고전적 인지주의의 정보처리 접근이 지니는 제한점을 벗어나려 한다. 즉 환경과는 독립적으로 립적갼인 마음 내부에서 일어나는 정보의 인지적 표상이나 처리가 아니라, 환경 속에서 살며, 이와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행위로서 인지를 설명하고자 하며, 환경이 인간의 인지의 특성, 한계를 규정, 제약하고 인간의 인지구조가 환경을 규정하고 변화시키는 그 인간상호작용의 관계 속에서의 인지를 연구하고자 한다. 세상 속에서 적응하며 활동하는 존재이며 세상의 일부로서의 립적갼인이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그리고 물리적 환경의 자연물과 인공물과의 상호작용에서 이루어지는 담화에 의해 구성되고 의미를 지니는, 그리고 구가 인 조가에 구현된(embodied) 실체로서의 인간 마음, 그리고 환경의 다른 인간의 마음이나 각종 인공물에 분산표상된 마음,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으로 상황 지워지며 행위로 구성되는 마음으로서 보려는 것이다(이정모, 2001, 643-644; 일부 내용 삭제 및 보완함).”
뇌란 마음 작동에 관여하는 여러 요인들 중의 하나일 뿐이며, 사람의 행동의 사령탑 또는 지휘자가 아니라 그저 수많은 동등하게 중요한 요인들(the players) 중의 하나일 뿐이다. 더구나 고등 인지기능은 뇌 부위에 직접 사상(mapping)할 수 없다(van Dijk, Kerhofs, Rooij, & Haselager, 2008). 만일 심적 표상, 즉 인지가 상호작용에서 파생되는 것이라면, 그러한 행위와 상호작용이 가능하기 위하여는 어떠한 형태이건 ‘체화(embodiment)'가 필요하다. 이제 체화란 단순히 몸 수준을 넘어선 정보처리 시스템의 표상의 보조적인 것이 아니라 표상에 필수적인 것이다(Bickhard, 2008; p. 35). 그리고 체화된 마음의 요체는 체화됨(embodiment)보다는 상호작용성(interactivism)과 역동성(dynamicism)에 있다.
환경과의 심적 상호작용은 몸에 의존하며, 따라서 감각운동적 측면이 인지의, 마음의 핵심이 되며, 고차적 심적 기능도 이러한 기초의 제약과 허용 틀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지각은 능동적이며, 행위는 지각에 의해 인도되며, 신경계, 몸, 환경 요인이 실시간 상에서 상호작용하는 것을 이해함을 통하여 과학적 설명이 주어지고, 전반적 계획이나 통제가 없이 분산된 단위들의 지엽적 상호작용에 의하여 자가조직적으로, 창발적으로 출현하는 것이 심적 현상이다.
마음은 환경에 확장된(extended), 상황지워진(situated) 것으로 분석, 이해되어야 하며, 자연적, 생태적 상황에서 맥락이 고려되어서 이해되어야 하며, 전통적 논리적 형식적 접근보다는 역동적 시간 경과와 상호작용성을 다루기에 적절한 형식적 접근을 통하여 탐구되어야 하며, 신경생물학적 가능성(plausibility)이 반드시 고려되며, 어떻게 (주관적으로) 체험되는가 하는 가에 대한 현상학적 접근도 설명적 구성요소로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즉, 뇌를 포함하는 몸과, 환경(각종 물리적, 사회적, 심리적)과, 그리고 이 둘이 연결되는 상호작용적 활동(interactivity)의 세 측면이 서로 괴리되지 않고, 하나의 역동적 전체로서 개념화되는 그러한 접근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7.3. 체화된 인지 접근의 두 유형
체화된 마음을 주장하는 입장은 그 접근의 강력함의 정도에 따라서 일반적으로 다음의 두 개의 접근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약한(온건한) 체화된 마음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강한(급진적) 체화된 마음 입장이다(Chemero, in press).
약한(온건한) 체화된 마음 입장은 고전적 인지주의나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의 부족함을 보완하여 마음의 본질이, 표상을 형성하고 저장하고 이를 활용하는 계산(computation) 과정으로 보는 입장이다. 즉 기존의 고전적 인지주의 관점을 기본 틀로 인정하고 단지 그 마음의 내용이 어디에서 오는가 하는 표상의 원천(source)을, 추상적인 인지주의에서 강조하는 형식적 명제적 상징(기호)이 아니라, 감각운동(sensory-motor)에 기반함, 즉 몸의 활동 정보에 근거함에서 찾으려는 입장이다.
강한(급진적) 체화된 마음 입장은 그것이 아니라 기존의 고전적 인지주의적 접근의 전반적 문제점 특히 기존의 고전적 인지주의가 특정 시점의 정적인(static) 표상, 그리고 추상화된 표상, 통사적 언어적 명제적 표상을 강조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러한  기존의 고전적 인지주의 틀로서는 실제로 일어나는 인간활동의 역동적인 측면에 기초한 인간 마음의 본질을 살릴 수 없다고, 이론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보며, 한 시점에서의 표상이 아니라, 이어지는 연속된 시점 상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궤적을  그리는 역동적 활동으로서의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마음(mind)을 역동적 체계(dynamic systems)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Chemero, in press).

7.4. ‘체화된 인지’의 의의: 인공물과 인간의 상호작용 개념의 재구성
체화된 인지 접근에 따라서 마음을 단순히 뇌 속에서 일어나는 신경적 과정의 결과로써, 그리고 알고리즘적 또는 확률적 정적인 계산적 정보처리로써 개념화하지 않고, 몸과 괴리되지 않은 마음이 몸을 통하여 환경에 공간적 확장, 연장의 특성을 지닌 역동적인 활동(행위)에 존재하는 것으로 개념화 한다면, 위에서 논하였듯이 체화됨 자체보다는 상호작용성, 그리고 그 역동성이 더 핵심적인 개념이어야 함은 당연한 것 같다.
체화됨이라는 것은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 행위가 출현할 수 있는 상황조건, 가능성 조성 기반에 지나지 않으며, 심리학이나 인지과학이 관심가져야 할 것은 그러한 상황지워짐을 통하여 마음-몸-환경의 합일체가 무엇을 이루어 내는가 하는 역동적 활동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마음-몸-환경의, 상호괴리될 수도 없는 실체들이 함께 이루어내는 상호작용, 아니 함께 존재하는 방식일 것이다. 상호작용이 심리학, 인지과학의 핵심 개념으로 떠오르게 되는 논리적 기반이 이에서 제공된다.
몸에 구현된 마음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특성을 규명하고자 함에 있어서, 인간과 (다분히 수동적 물질인) 자연물과의 상호작용은 7.1절에서 언급된 J. J. Gibson 류의 생태심리학이 다룰 수 있지만, [인간]과 [의도를 지닌 행위 주체로서의 다른 인간] 또는 [행위 주체로서의 다른 동물과 인공물(로봇, 인공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은 Gibson 류의 기존의 생태심리학이 충분한 이론적 틀을 제공하여 주지 못한다. [인간-<일반 물질적 대상>]의 상호작용은 생태심리학적 접근이, [인간-인간]의 상호작용은 인지심리학, 인지신경심리학, 사회심리학과 인지인류학 등이, [인간-<동물>]의 상호작용은 동물심리학, 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 인지인류학, 동물행동학, 인지신경과학이 다룬다면, [인간-<수동적 대상인(도구, 기기 등) 일반 인공물 일반(Artifacts 1)>]과의 상호작용과, 그리고 [인간-<행위주체자의 역할을 하는 인공생물시스템 또는 인공인지시스템으로서의 로봇이나 다른 인공물(Artifacts 2)>]과의 상호작용의 본질에 대한 개념화의 정리, 재구성이 필요하게 된다(이정모, 2009ㄴ).
[7.4.A. '인간-인공물일반'의 상호작용의 개념화]
각종 인공물(언어, 문화, 제도와 같은 소프트인공물, 그리고 칼, 컴퓨터와 같은 하드인공물 포함) 일반과 마음의 상호작용 관계를 진화사의 측면에서 되생각하여 본다면 다음과 같이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진화의 역사를 본다면 인간이라는 종의 진화는 순수한 인간 신체적 진화, 마음의 진화의 역사라고 하기 보다는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과 인간의 마음, 그리고 몸이 공진화해 온 역사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인공물을 만들고 활용한다는 일방향적 활동에 의하여 인간의 진화가 이루어졌기보다는, 인공물이 인간의 신체적, 심리적 활동을 확장시키고 또 제약하기도 하는 쌍방향적 상호작용 과정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마음속의 어떤 내적 표상 구조, 특히 외부 세계와 자신의 문제 상황간의 관계에 대한 가설적 구성개념들이 외현화되어 물리적 환경에 구현되어 인공물(도구)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외현화 및 구현 과정 속에서 인간의 뇌와 마음은 끊임없이 외부 환경의 구조와 역동적 변화와 상호작용하며 그 환경의 인공물과 함께 공진화하여 왔을 것이다(이정모, 이재호, 이건효, 2004; 이정모, 2007, Seifert, 2008). 따라서 인간 마음의 본질을 탐구함에 있어서 몸을 통한 환경의 인공물 세계와 인간과의 상호작용(interactivity)의 측면을 제쳐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그런데 과거의 1990년대 전반까지의 인간-인공물 상호작용의 연구는(Gibson 류의 생태심리학적 접근과 D. Norman의 전통적 인지공학도 포함하여) 전통적인 데카르트적 인식론에 기초한 이론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인간의 마음은 환경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독자적인 표상을 지닌다는 데카르트적 입장에 기초하여, 표상화된 개별 지식의 전달과 이를 표상으로 수용하는 것으로 인지적 활동뿐만 아니라 인간-인공물 상호작용을 개념화했던 과거의 전통적 관점은 역동적인 인간-인공물 상호작용, 특히 연속적 시간 궤적 상에서의 역동적 심리적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적절하며, 몸을 통하여 구현되는 활동으로서의 마음의 작용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
인간의 마음이 뇌 속에 갇힌 인지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활동 과정상에서, 역동적 시간 궤적 상에서 나타나는 것인데, 이러한 상호작용적 활동성을 무시하고 정적인 상징(기호)표상의 저장으로서의 마음으로 개념화함으로써, 인지활동의 상황의존성, 맥락의존성, 사회문화요인에 의한 결정성 등이 무시되었고, 실제 장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하는 인공물을 디자인하게 하였다. 즉 인간과 환경 인공물간의 변증법적 통일성(dialectic unity in activity) 측면을 파악하지도, 살리지도 못하였다(이정모, 2007, 이정모, 2009ㄴ).
이제 앞서 제시된 마음의 새로운 개념, 즉 뇌와 몸과 환경이 하나로 엮어진 통합체에서의 능동적 상호작용 활동으로 재구성된 마음 개념 틀을 도입한다면, 인공물이, 그리고 이들이 구성하는 현실공간이나 가상공간이, ‘확장된 마음’으로서, 그리고 마음의 특성을 형성, 조성하는 기능 단위 또는 공간, 대상 및 사건으로서 작용하며, 마음과 인공물이 하나의 통합적 단위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마음과 인공물의 관계를 재구성한다면, 인간의 마음의 작동 특성 본질의 심리학적, 인지과학적 탐구는 물론, 인간의 각종의 적응, 부적응의 이해와 이러한 변화의 각종 응용심리학적, 응용인지과학적 적용 실제(practice) - 내비게이션기기, 핸드폰, MS-OS프로그램 등 각종 인공물 디자인 등 -에서 새로운 좋은 틀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7.4.B. 인간과-행위주체자로서의 인공물(A-2)의 상호작용의 개념화
환경을 이루는 것이 일반 인공물뿐만이 아니라, 행위를 스스로 낼 수 있고 인간과 쌍방향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미래의 로봇이나 다른 인지시스템같은 행위주체자/대행자(agents)들이라고 한다면, 인간을 포함한 이 행위 주체자/대행자들 사이의 쌍방향적, 사회적, 문화적 상호작용의 측면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체화된 마음이 전개하는 상호작용 상황은 Gibson 류의 생태지각심리학적 접근이 주로 다루어 온 물리적 세상 상황을 넘어서는 것이다. 체화된 마음의 접근이 데카르트의 존재론을 넘어서고, Gibson의 생태심리학적 이론틀을 넘어서서 정립되어야 하는 필요성이 여기에서 제기된다.
더구나 커즈와일(2007)등이 주장하듯이 인간과 인공물의 신체적 그리고 심리적(지적) 경계가 무너지는 특이점(the Singularity)이 (비록 약소한 형태이더라도) 30년 내에 도달하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데카르트 류의 존재론에서 개념화한 환경의 물질적 대상, 도구와의 상호작용을 넘어서, 인간의 동반자(Seifert, 2008)로서 인간과 더불어 (또는 인공물끼리) 사회적, 문화적 관계를 창출해 낼 행위대행자/주체자로서의 인공물과의 새로운 유형의 심적, 행위적 상호작용이 전개될 것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개념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신체적으로 그리고 심리적 과정 측면에서 인공물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가능성 등을 생각한다면 마음에 대한 개념화와 탐구에서 인간 마음과 공진화해갈 새로운 형태의 인공물, 새로운 형태의 상호작용에 대한 심리학적, 인지과학적 개념적 재구성작업이 필요하게 된다. 인지과학이 미래 융합과학기술 개발에서 인지공학, 인간공학, 인지인공시스템, 인지로봇, 인지인포마틱스, 뇌-로봇-인터페이스, 기타 IT-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 등에 중요한 시사를 지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7.5. 체화된 인지: 종합적 조망

체화된 마음 입장에 의하면 마음과 뇌가 동일한 것이 아니며 마음은 [뇌를 포함하는 몸]과 [환경]의 집합체상에서 일어나는 어떤 활동으로 개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에 연장이 된(extended) 몸이 있는, 그에 바탕을 둔 마음 개념을 재구성하여야 하는 것이다. 마음은 한 사람 뇌 속에만 갇혀있는 그 무엇, 한 개인의 그 무엇이 아니라, 환경과 통합되며 여러 다른 사람의 마음, 그리고 다른 인공물들에 의하여 지원을 받거나 상호작용하면서 그들과 함께 진화되며 사회적으로 구성되며 공유되는 것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활동으로서의 마음인 것이다.
이러한 접근이 가져오는 심리학적, 인지과학적 시사는 상당히 크다. 그 하나는 이 접근이 심리학, 인지과학의 주제와 영역을 확장시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몸을 통하여 인간이 환경의 인간 그리고 행위주체(agents)로서 존재할 로봇 등의 인공물과 상호작용하는 행위 현상 일반이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주요 분석대상이 된다면, 미래의 심리학/ 인지과학은 생체로서의 인간 및 동물 자체뿐만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에 존재하게 되는 온갖 유형의 인공물, 특히 체로서의 인간 작동할 인공물, 인간의 몸이나 인지와 경계가 없는 그러한 미래 인공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그 탐구 영역이 확장되리라 본다. 이에 따라 기존의 많은 사회과학, 공학이 다루어 온 역동적 상황들, 연구영역들이 미래에는 심리학/ 인지과학의 영역으로 포섭,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봇 연구에서 로봇의 인지적, 정서적 반응, 로봇-로봇 상호작용, 로봇-인간 상호작용, 인간-로봇매개-인간 상호작용 등의 영역이 당연히 심리학/ 인지과학의 영역이 되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 인지과학의 내연과 외연이 확장되는 것이다(이정모, 2009ㄴ).
또한 미래에 특이점의 시점이 도래하여 인간과 인공물, 인간의 마음과 인공물의 지능 간의 경계가 어느 정도라도 허물어진다면 마음, 지능의 개념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being)의 개념이 밑뿌리부터 재구성되어야 하는 시점이 닥아 오는 것이다. 이러한 변혁은 [신 중심에서 -> 인간 중심으로]의 17세기의 [제1의 계몽시대]의 생각 틀의 변혁에 못하지 않은 생각 틀의 변혁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혁의 도래를 [제2의 계몽(깨달음) 시대]의 도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이정모, 2009ㄱ, 2009ㄴ).
지금까지는 생물로서의 인간의 마음과 인간이 만든 인공물의 지능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생각했는데 미래에 가서는 그것을 쉽게 나누기 어려운 시점이 오게 되고 두 개를 포괄하는 관점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한 관점은 말하자면 통합적 유물론이라 볼 수 있다. 몸과 마음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해왔던 관점을 넘어서, 마음을 뇌로 환원시키려는 일원론적 유물론도 넘어서, 또 인간과 인공물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였던 관점도 넘어서, 뇌, 몸, 환경(인공물 포함)이 괴리되지 않은 하나의 합체적 단위로서 작동하여 내는 그러한 틀로 마음의 개념을 재구성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체화된 인지 접근의 강, 약 두 부류 중에서 어떤 접근이 우세할 것인가는 앞으로 이론적 측면에서 더 많은 논의의 대상이 되겠지만 필자의 직관으로 예상되기는 앞으로의 심리학, 인지과학이 '급진적 체화된 인지'의 접근보다는 '약한(온건한) 체화된 인지' 접근을 취하리라 생각된다. 고전적 인지주의는 변형된 형태로 잔존하여 체화된 인지 접근이 설명하지 못하는 인지/마음의 영역을 설명하는 틀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측면을 윤성우, 리쾨르(2005)가 전개한 글을 인용하여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괄호 안은 필자의 첨언).

“달리 표현하자면 나의 사유함이 나의 존재함보다 우월한 사태라는 것이 데카르트의 입장이라면, 나의 존재함이 - 리쾨르에게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몸에 근거한 의지하기, 상징읽기, 말 주고받기, 이야기하기, 윤리적으로 행위 하기 등이다 (즉 체화된 마음 접근의 입장) - 나의 사유함보다 우선하고 그것을 넘어선다는 것이 리쾨르의 입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극단의 반(反)표상적이거나 반(反)재현적인 포스트모던적 테제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사유와 존재 사이의 불일치 또는 사유로부터의 존재의 탈주를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지, 대상화하고 표상하는 사유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225쪽).”

'체화된 인지' 접근의 떠오름은 심리학, 인지과학의 응용 영역에서 기존의 각종 인간-인공물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관점을 이론적 접근, 연구틀을 크게 바꾸어 놓으리라고 본다. 또한 많은 사회-문화적 인간 활동 및 제도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이 새 틀에 의하여 달라지리라 본다.
그러한 확장의 필요가 강하게 부각될 미래의 시점에서도 심리학/ 인지과학이 전통적 학문체제의 틀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기존의 인지과학보다 더 넓은 틀로써 사회과학, 공학, 인문학, 생명과학 등을 연결하는 또 다른 종합적 학문으로 변형될 것인가 궁금하여진다. 자연히 심리학에서 과연 전통적 객관적 실험 중심의 연구방법론 집착이 타당한가? 다원적 방법론과 다원적 메타포를 도입하여야 하지 않는가, 과연 고전적 인지주의기 21세기의 심리학, 인지과학의 중심틀이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Wallace & Ross, 2007).


8. ‘내러티브적 인지’ 접근: 인지과학의 제 4의 패러다임?

인지과학이 지난 50년 동안에 주로 고전적 인지주의 틀을 중심으로 발전됨에 따라 그동안 소홀이 되고 발전이 별로 두드러지지 못하였던 인지과학의 영역의 하나가, 인간의 마음(인지)과 내러티브(narrative, 서사, 이야기)적 접근을 연결하는 틀의, 즉 인문학과 인지과학을 연결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역은 형식화하기 힘들고 객관적 경험적 접근이 어렵다고 간주되어 주류 인지과학의 흐름에서는 그동안 배제되어 온 영역이다. 그런데 이 영역이 지니는 의의에 대한 학자들의 생각이 변화되고 있고(Herman,2003) 또 그 변화가 인지과학 전체 패러다임의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고,  앞으로 그 영향이 점진적으로 증가되리라 본다.
영어학자이면서 인지과학자인 Mark Turner(1986)는 ‘인지과학의 중심 주제가 사실상 문학적 마음의 문제이다(The central issues for cognitive science are in fact the issue of the literary mind.)’ 그리고 '이야기가 마음의 기본 원리이다(Story is a basic principle of mind.)'라고 하였으며, 인지과학과 문학을 연결하며, 내러티브적 인지과학이라는 대안적 인지과학 접근을 추진하고 있다.
내러티브적 접근을 인지과학에 도입하여 실제의 인간의 마음의 작동의 원리를 밝히려는 이러한 Turner나 Herman 등의 노력은 실상 1930년대 영국 심리학자였던 F. C. Bartlett 교수의 ‘마음은 이야기 스키마에 의한 의미에의 구성적 노력’이라는 생각의 부활이며, 고전적 인지주의의 형식적 접근 전통을 넘어서서 인문학적 인지과학 접근의 필요성을 주장하여온 인지심리학자 J. Bruner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에 제시하는 철학자들의 논의에서도 인간의 마음의 기본 원리가 이야기적 원리, 즉 내러티브적 원리임이 논의된 바 있다.

8.1. 철학에서의 내러티브적 관점
철학자 D. Lloyd(1989)는 1989년에 "Simple Minds" 라는 책에서 인간의 심적 원리로 세 가지를 들었다. 그는, 가장 낮은 수준에서는 구현(implementation) 수준의 신경망적 연결주의 원리가 작용하고, 상위 심적 수준에서는 일차적으로 이야기 원리(psychonarratology principle)가 작용하고, 그 윗 수준에서는 필요에 의해서만 합리적 이성의 원리가 적용된다고 논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이성의 일차적 패턴은 이야기 패턴이고, 이차적 패턴이 논리다. 이성(추리)의 1차적(원래) 형태는 이야기(서사) 패턴(narrative pattern)이다. 언어 이해, 추리, 문제해결 등의 제반 현상들 모두는 실상 더 기본적인 원초적 사고 패턴을 반영하는 것이고 이 원초적 사고 패턴이 바로 이야기 패턴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심리역동은 이야기적 역동(서사적 역동)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인지의 중요한 요소가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인지의 기본 구조를 나타내는 것이며 그것은 인간이 모든 정보처리에 있어서 이야기 구조에 맞게 구성하고 처리하는 기본 경향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Lloyd는 이것을 심리서사학(psychonarratology)이라고 부르고 이러한 유형의 사고가 일차적이며 원초적인 사고 패턴이고, 이것에서 부터 인간의 합리적 이성이 뒤늦게 진화되었다고 본다.
한편 D. Dennett(1991)은 내러티브 원리를 마음 이론에 도입하여 ‘중다 판본 모형(multiple drafts model)’이라는 모형을 제시하였다. 그에 의하면, 중다-판본 모형 에서는 온갖 지각들과 온갖 사고와 심적 활동들이 두뇌에서 병렬적으로 처리되어 진행된다고 본다. 여러 길로 감각 입력 정보들이 끊임없이 해석되고 정교화, 재교정된다고 본다. 이러한 여러 길(tracks)에 의한 병렬적 처리가 일어나면서 다양한 첨가, 통합, 수정, 다시 쓰기 등이 여러 수준에서 일어난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이러한 것이 이야기 흐름(narrative stream or sequence)같은 것을 낳는다. 이러한 이야기 흐름은 두뇌의 전반에 분산되어 있는 여러 과정들에 의해 끊임없이 편집되며 미래로 무한히 계속된다. 내용들이 새로 도착하고, 수정되고, 다른 내용에 대한 해석이나 행동의 조절에 공헌을 하고, 그런 과정에서 기억 흔적이 남겨지고, 이들은 사라지거나, 아니면 후의 내용에 의해 통합되거나 전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개작된다.
내용들의 이러한 실타래는 바로 그 다양성(multiplicity) 때문에 이야기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 시점이건 두뇌의 여러 곳에서 여러 수준의 편집이 진행 중에 있거나 또는 이루어진 여러 이야기 조각들이 있는 것이다. 이들 조각들 중 어떤 것은 전혀 기여를 못하고, 어떤 것은 잠깐 동안 조금 기여를 하고 사라지고, 어떤 것은 계속 남아서 후속 내용과 행동에 영향을 주며, 그리고 또 소수의 어떤 것은 지속되어 그들의 존재가 언어행동 등의 형태로 알려지기까지 지속된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 두뇌의 어느 공간점에서 검색하느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데닛의 ‘중다-판본 모형’은 인간의 미음에  단일한 유일의 이야기 또는 의식 내용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에 반대한다. 그에 의하면 마음이 다차원적 병렬처리체, 다차원적 여러 이야기 연쇄(narrative sequence)들을 지닌 체계로서, 신경계에 들어있는 정보는 끊임없이 재편집, 교정, 해석되는데, 이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현상적 공간(phenomenal space)에서 이뤄진다.
그러면 이 모든 것이 언제 통합적으로 수렴되어 하나의 통일된 지각이 형성되는 것일까? 아무데서도 어느 한 곳에서 그러한 수렴적 통합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이 지엽적 작동 상태들 중 어떤 것들은 곧 사라져 버린다. 흔적도 없이. 어떤 것은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그렇기는 하나 이러한 각각의 변별 결과의 내용들이 의식에 남기 위해 수렴되어 통과해야 하는 두뇌의 어느 한 장소는 없다고 본다. 낱개의 지엽적 변별이 이루어지자마자 이 결과는 어떤 행동을 일으키거나 아니면 다른 내적 상태를 조절하는데 쓰인다.
우리가 의식하는 바가 우리가 검색하는 시공간과 양식에 독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리고 이야기는 끊임없이 수정된다는 의미에서, 어떤 대상이나 사건에 대한 유일하고 정확하고 규범적인- 그래서 거기에서 벗어난 다른 이야기, 다른 의식 내용은 다 틀린 것인 그러한 - 단일한 이야기란(즉 단일한 합리적 규범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건(이야기 조각이건) 하나의 시간적 조망(time line), 즉 관찰자의 관점에서 본 주관적 사건 연쇄라는 시간적 조망을 갖는다.
  위와 같은 Dennett 모형의 내용을 되새겨 본다면, 인간의 의식, 마음이란, 단일적이고 통일적이며, 정적이고 단순 원리적인 단일 주체(agent; self)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원적이고 통일되지 않고, 경쟁적이고, 역동적이며 복잡한 여러 주체(agents; selves) 또는 다원적 이야기 판본들(drafts)에 의해 엮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 마음의 작동의 일차적 원리가 이성적 사고의 원리라기보다는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역동 원리인 ‘이야기 원리’가 있고, 이에 이성적 합리적 원리가 부수적인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일반적 사고에 있어서는 근원적 일차적 원리인 이야기 원리를 적용하고, 예외적인 경우에서 논리적 합리성의 원리를 적용하여 사고한다고 볼 수 있다.


8.2. 인지과학과 문학의 연결
인지과학에 내러티브적 접근의 도입이 필연적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언젠가 궁극적으로는 인간 마음의 결정적 산물이며 또한 인간 마음 활동인, 문학을 인지과학에서 연결하여 탐구하여야 하는 것이 요청될 것이다. 인지과학을 위하여서, 그리고 문학을 위해서라도 문학과 인지과학이 연결되어야 한다, 수렴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인문학]과 [인간학-인지과학]이 연결되어야 한다. 인지과학과 문학을 연결하는 연결점에서 [인문학]과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수렴-융합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연결은 인지과학과 문학, 예술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수렴, 융합, 통합적 연결에 의해 가능하여진다. 인문학과 인지과학의 연결이 이루어지고, 그렇게 하여 인문학자와 인지과학자들에게 인간 마음 또는 심적활동의 이해와, 문학/예술(이해)의 상호 괴리 현상이 지금같이 괴리된 채로 남아 있을 수 없음의 인식이, 그러한 인식의 변환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학문적 분위기의 떠오름이 진행되어야 한다.
예술과 인지과학을 연결함에 있어서, ‘예술은 인간 마음의 작동을 이해하는 데에서 주변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자각, 인식이 인지과학자들에게 필요하다. 또한 문학/예술가/인문학자들은 인지과학의 중요한 발견, 중요한 지적 발전을 무시하거나 모르고 있어서는 안 되며, 인지과학자들은 문학과 예술을 다루지 않거나 무시하여서는 인간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 문학을 비롯한 예술 영역들은 어떤 근거에서 학문간 수렴, 융합적 생각의 틀, 그리고 수렴적 융합적 테크놀로지의 창출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이론적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내러티브, 문학, 예슬 등이 인간에게 가능하게 하는 공통적, 공유적 개념적 바탕의 창출과 개념적 융합, 혼성의 현상에서 그 근거를 찾아 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연관에서 내러티브적 인지과학 접근의 추구나, 수렴-융합적(당연히 창의적인) 사고의 육성 및 창출에 인지과학적 이론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 이론틀로써 인지언어학을 중심으로 제기된 ‘개념적 혼성(융합); Conceptual Blending'의 틀이 제공하는 이론적, 응용적 가능성에 주목하게 된다.

8.3.  개념적 혼성(Conceptual blending):  인지과학과 문학 연결의 한 이론적 틀
초기의 고전적 인지과학은, 주로 기억, 학습, 기호적 사고, 언어습득 등과 같은 심적 과정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것은 인간의 마음이 컴퓨터와 가장 닮은 심적 과정임을 전제한 고전적 인지주의의 틀의 영향이다. 그러나 지금의 인지과학은 점진적으로 보다 정서적(감정적) 요인이 개입되고 비교적 더 창조적인 마음의 측면에도 초점을 맞추어 가고 있다. 과거에는 문학이 인지과학을 멀리하고 인지과학과 문학이 서로 연결이 없이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 이 두 영역이 수렴, 융합되고 있다. 그러한 수렴을 가능하게 하여주며 인간의 마음의 내러티브적 작용의 역동을 이해하는 개념적, 이론적 바탕 틀로 등장한 것이 ‘개념적 융합(conceptual blending)의 이론 틀’이라고 할 수 있다.
개념적 융합(혼성)이란 인지의 일반 현상으로서, 의식수준에서라기 보다는 하의식 수준에서 작동하는 인지적 현상이다(Fauconnier, & Turner, 2002). 의식적이건, 하의식적이건 현재의 문제와 관련되는 2개 이상의 상황(학문 분야 간이건, 테크놀로지, 산업의 영역들/ 대상들/ 사건 들/ 일상적 생활-행위 장면 등이건)의 씨나리오적 요소들 그리고 핵심적 관계성이 혼성(blended; 결합, 융합)되는 인지적 과정을 지칭한다. 문학 작품에서 많이 사용되는 은유, 유추, 비유 등의 이해 과정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예: ‘바다와 같은 어머니의 사랑’), 이 개념적 혼성 과정들이 인간의 인지와 행동, 특히 일상적 사고와 언어의 도처에 산재하여 있다고 본다.
이러한 개념적 융합(혼성) 틀은 창의성을 비롯하여 인간의 여러 인지적 현상을 설명하여 줄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으며, 인문학, 예술, 인지과학을 연결하여 인간의 인지, 마음, 행동, 문화, 과학기술의 융합을 이해하는 (한국의 대학, 기업 등이 추구하는 융합적 인재 양육의 겨우에도 적용됨) 새 틀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할 수도 있다. 예술이 공학과 연결되어 창의적 공학적 테크놀로지의 창출의 생각의 바탕 밭으로 기여할 수 있는 근거도 바로 이 상황공간간의 개념적 혼성, 융합의 원리에 의한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의 제시한 철학자들의 입장에 대한 개괄의 요점을 결합하고, 그동안에 진행되어온 인지과학의 서사심리학(narrative psychology) 등의 접근을 연결하여 보고, 1930년대의 영국의 심리학자 Sir F. C. Bartlett 교수의 주장을 연결하고, 최근의 Turner 교수의 주장을 종합하여 본다면, 이야기란, 내러티브란 마음의 기본적, 일차적, 근원적 작동 원리이고 내러티브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인지적 바탕이 개념적 혼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나 자신의 일상의 정체성이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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