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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일체 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 기사 전문

  • 김규희 2009-08-31 18:45:49 조회 5,217 추천 1311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

'인지과학 전도사' 이정모 교수, 29일 성균관대 강연

2009년 08월 31일(월)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 화엄경의 중심사상이다. 해석의 차이겠지만, 그만큼 마음은 어느 것보다 우선된다. 오죽하면 마음을 얻으면 모든 것을 얻고, 마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하지 않았나. 그만큼 마음을 다루는 인지과학은 학문의 정점에 서서 미래를 조망하고 있다.

한국 '인지과학의 전도사'로 불리는 이정모 교수(성균관대 심리학과, 인지과학협동과정)는 29일 서울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2009 인지과학 축제 한마당’의 일환으로 가진 강연에서 융합과학기술로서 인지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강연은 성균관대 지식 통합 포럼 주최, 학제간 융합연구팀의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주제는 ‘신 르네상스 시대 융합적 인지과학의 창조적 도약을 위하여’, 제목은 ‘인지과학이 학문간 융합과 미래사회 및 과학기술 문화에 주는 영향’이다.

이정모 교수는 강연을 통해, 수십년 연구해온 인지과학의 특징을 선별해 융합과학기술과 인지과학의 접목 지점을 짚어주고, 아직 한국 사회와 학계에 뿌리내리지 못한 인지과학의 현실을 지적했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무너진다

미래에 대한 예측들을 살펴보면, 10년 내 엔지니어가 아는 지식의 90%가 컴퓨터를 통해 공유되고, 대학 신입생이 배우는 지식의 반 이상은 그 학생이 4학년 때쯤이면 낡은 지식이 될 것이고, 미래 한 회사 직장인의 25%가 새로운 지식이나 새 기술을 배우기 위해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식에 대한 턴 오버(turnover)가 급증해 사람들은 계속적으로 훈련을 받아야 하며 공학기술자들이 가진 지식은 5년이면 수명을 다하는 등 미래 지식사회가 끊임없이 인간에게 더 큰 지적 능력을 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지식들은 21세기 들어 융합과학기술로 생겨나고 있으며, 이러한 학문간 융합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가 인지과학이라는 설명이다. 인지과학은 본래 다학문적이기 때문에 학제간 연구의 대표적인 전형이 되고 있는데, 이는 현대 과학철학계가 경향으로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의 국립과학재단 NSF는 2002년, NBIC라는 융합과학기술 틀을 제시했다. 나노, 바이오, 인포메이션의 첫글자 N, B, I 외에 인지과학을 의미하는 C를 포함시켰다. 그만큼 인지과학이 미국 학계의 주류로 자리 잡고 연구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의 말을 빌어,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이 와 미래에는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곤란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지능이 융합돼 2020-2030년대에 컴퓨터가 인간의 지적능력을 능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간과 기계 간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르네상스를 통해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사고의 틀이 변한 것처럼, 미래 사회는 ‘인간 중심’에서 ‘인간과 인간이 만든 인공물 중심’으로 사고가 재편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에 따라) 인간과 인공물의 구분이 깨져 인간 존재의 개념을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술의 관심, 외부에서 내부로

인간 존재에 대한 개념 수정을 위해서는 결국 ‘인간’에 대해 연구할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인간의 밖, 자연이나 기계—외부—를 대상으로 벌였던 기술개발의 방식을 바꿔 이제는 우리 자신, 인간의 내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여지껏 인간이 바라보는 자연을 관찰과 실험의 대상으로 상정했던 과학이, 이제 인간이 엮어낸 갖은 산물들과 인간 그 자체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20세기 중반까지 인간은 ‘편하게 살기’ 위해 물질/기계에 관심을 둬왔다. 그 이후 이런 생각은 바뀌어 ‘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며 물질/기계 외에도 정보와 생명을 연구하는 데 전력을 다해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편하게 오래 살면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고, 이를 위해 물질/기계, 정보, 생명 이외에 인지를 연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제 21세기의 핵심 물음은 마인드/인지/지능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고 말했다.

영국 내각 미래예측 전략위원회 예측에 따른 10대 과제를 보면, 그린 에너지나 자연환경 보전에 대해 그들은 물질계에 대한 기술개발을 경주하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제는 시민들의 생각과 행동을 그에 맞춰 교정하는, 응용인지과학적 문제를 핵심에 두고 있다. 시민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백 가지 에너지 및 환경 보전 기술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공학학술원이 2008년 제시한 미래 공학의 14가지 대도전을 예로 들면, 그 중에 ‘삶의 기쁨’이 포함돼 있다. 이는 인지과학적 과제로 인간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 해도, 이제는 지식을 알고 자신의 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 이슈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지의 시대’를 예감하는 사람들은 "세계화(Globalization)는 정치가들이 사용하기 편한 틀일 뿐이지 세계적 경제적 변화를 설명하는 데 맞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세계화는 인지적 시대의 도래에 따른 부수현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교수는 “세계를 움직이는 중추적인 동력은 세계화가 아니라 기술 혁명”이라며 “이제 세계화의 패러다임을 넘어 사회, 문화, 과학기술 성장과 번영의 참 원천을 이해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래지향적, 통합적 소용돌이의 중심에 인지과학과 뇌과학이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며 “인지과학이 주변 학문들을 통합하고 창의적이고 다양한 중개자, 인큐베이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은 물질중심의 과학기술, 학문간 장벽에 매여 있는 등, 낡은 사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는 소프트웨어 없이 하드웨어로만 정보기술을 하겠다는 식의 초등학생 수준의 사고”라고 지적했다.

특히 “학문분야를 인문,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등으로 분류해온 것은 50년이나 시대에 뒤진 학문관이며 과학기술의 개념을 물리학, 생물학 등 물질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지 혁명의 의의에 대해 스퍼리 교수의 말을 들어, “이는 세계관을 바꾸는 것으로 과학적 혁명”이라고 말했다.

두뇌-마음-컴퓨터-인공물의 관계맺기

그러나 아직까지 인지과학은 무엇이라는 정의는 통일되어 있지 않다. 학제적, 수렴적 과학이며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과학이기 때문이다. 다만, 인지과학의 핵심에 대해 이 교수는 “마음의 이해와 인텔리전트 시스템에서 마음이 하는 역할에 대한 이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마음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나 기계에도 있다”며 “이는 미래 컴퓨터가 고도로 발달한 상황에서 기계의 마음을 상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확장해, 인지 개념의 의미는 포괄적으로 마음(마인드)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껏 '인지'가 좁은 의미로 인간의 이성과 같이 이해된 이유는 “인지주의가 반발하는 상대인 행동주의 심리학과 차별화되는 것을 강조하다보니 일어난 역사적 해프닝”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20세기 들어 마인드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방식을 넘어, 이 교수는 인지과학이 “두뇌, 마음, 컴퓨터, 나머지 인공물 사이의 인지적(지식형성 및 사용적)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인지과학은 이미 세상을 크게 변화시켰다. 이 교수는 “주판과 같은 기능만 하던 계산기를 디지털 지능 컴퓨터가 되도록 했고, ‘인간 이성은 합리적’이라는 사회 통념을 깨버렸으며, 마음-뇌-컴퓨터 간의 연결 주제를 과학의 새 프런티어가 되도록 하고, 학제적 학문연구의 전형을 보여줬다”며 인지과학의 업적을 정리했다.

학문의 융합, 뇌-몸-환경의 통합

인지과학의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융합과학기술이라는 점이다. 학문간 융합이 가장 두드러진다는 것인데, 인지과학이 본래 다학문적이기 때문에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등의 연결에 좋은 전형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과학재단의 경우, ‘융합’이라고 쓰이고 있는 ‘convergence’는 ‘수렴’의 의미가 강하다. 하나로 뭉쳐진 것이 아니라 각각의 학문분야가 하나의 방향으로 모인다는 것이다. 그 방향에 대해 과학재단은 ‘인간의 수행능력(기능)을 증진하는 것(Improving Human Performance)’이라고 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에 따라 “그냥 융합,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화 아이디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수렴, 융합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컴퓨터와 인간의 능력 발전 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을 인지과학이 메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예를 들며 “사회적 갈등문제에 대해 이 사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한국이 아직 수렴적, 융합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인지과학으로 학문의 융합 외에 뇌-몸-환경의 통합도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몸을 통해 마음-몸-인공물이 서로 연결되는 것으로, 과거 마음이 모든 계산을 진행하고 몸에 명령을 하달한다는 생각을 넘어, 몸의 말단이 환경과 접촉하면서 스스로 계산을 한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이정모 교수는 오는 31일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어, 이번 강연이 재임 중 마지막 대중 강연이 됐다.

박상주 객원기자 | utopiapeople@naver.com


저작권자 2009.08.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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